*본 리뷰는 2014년 작성되었으며 포스팅 보존을 위해 티스토리로 이전된 것입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다녀왔다. 
뭘 볼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헐리웃 영화가 보고 싶어 비긴 어게인을 골랐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애덤 리바인도 나오고, 평점도 좋다 싶어서였다.
보고 난 감상은 "매우 훌륭하다". 
오랜만에 공감 가고, 완성도 있는 영화를 보았다는 만족감 덕분이었다.

그럼 자세한 리뷰↓ (스포일러 주의)






노래로 소통하는 영화

비긴 어게인은 유독 한국에서 흥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보았더니... 일단, 우리나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얼마 전 읽은 "조선 1894년 여름"의 저자인 오스트리아 여행가는 조선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긴다고 썼는데..
과연 우리나라 민족은 원체 흥이 있어서 그런지, 여튼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가 나오는 영화도 좋아한다.
겨울왕국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를 얻고, 남녀노소 렛잇고를 외치던 것을 기억해 보면 그럴듯한 설명인 것 같다.

비긴 어게인은 처음부터 노래로 시작한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로 시작해서, 마크 러팔로(덴)의 시점을 따라갔다가-> 다시 키이라 나이틀리(그레타)의 시점을 따라가
영화의 첫장면으로 돌아온다. 똑같은 노래 장면을 거듭 보여주면 지겨울 만도 한데, 그게 또 색다르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선 그레타의 감미로운 노래를 관중의 입장이 되어서 감상한다.
두번째로 들을 때는, 마크 러팔로의 눈동자를 따라 감상하게 된다. 그의 우울한 현실과 노랫말이 맞아 떨어지며 공감대를 자아내면서도. 보석 같은 아티스트를 찾은 그의 한줄기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덴의 귓가에는 저절로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등의 반주가 깔리는데. 이게 또 기가 막히다)
그 다음으로는(세번째는 노래가 다 나오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그레타의 시점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녀가 왜 이런 노래를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비긴 어게인은 노래로 소통하는 영화다.
5년 사귄 남자친구가 바람을 펴도, 자신이 일궈낸 레코드 레이블에서 쫓겨날 신세가 되어도, 등장인물들은 서럽게 울거나 감정을 과장해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노래를 한다.
예를 들어, 그레타가 데이브에게 실연을 당하고 그녀는 실의에 빠진다. 보통 사람 같으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다거나, 친구에게 울며불며 서러운 심정을 토로할텐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실연 당한 감정, 배신감을 노랫말로 적어내 데이브의 음성 사서함에 남긴다.
소리치며 욕하는 것보다 어떤 의미로는 더욱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장면이다.


모든 상황은 노래로 표현되는데, 어떤 이는 영화 안에 노래가 너무 많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노래는 전부 등장인물의 정서를 대변하는데다, 그 선율과 음색이 좋으니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몇 번을 들어도 좋은 "Lost Stars"

이 노래 참 좋다! 사실 이 노래 소개하려고 포스팅 한 이유도 있다. (Wild Stars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러브라이버)
처음 시작하는 부분도 좋고, 가사도 좋다. 
그리고 키이라 나이틀리 버전과 애덤 리바인 버전이 있는데... 
두 개가 느낌이 달라서 둘 다 들어볼 만 하다.



순수한 음색이 돋보이는 키이라 나이틀리 버전.

 

절절하면서도 보컬의 역량이 돋보이는 애덤 리바인 버전.

 

 

 

 

 

 

 

 

자, 다시 시작하자

 

영화가 흥행하게 된 것은 비단 좋은 ost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란 대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한번쯤은 실패할 수 있다. 그것이 수능이든, 취직이든, 결혼이든, 일이든...

누구든 실패하고, 실의에 빠질 수 있다. 

비긴 어게인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이 "다시 시작하자"라고 외치며 한발자국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할 때 "처음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우린 현실에 얽매이고 치이면서, 때로 소중한 것을 잊고 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잊었다는 사실마저, 망각하고 지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레타를 보라. 그녀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음악을 만든다는 초심을 절대 잃지 않는다.

대형 레이블이 그녀의 음반을 내준다고 할 때도, 함께 뉴욕 거리를 떠돌며 녹음을 한 동료들을 잊지 않는다.

아마도 이 영화는, 청춘 시절 혹은 아직 미숙하던 시절, 우리가 추구했던 깨끗하고 맑은 무언가를 잊지 말자고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그레타와 그녀의 동료들이 뉴욕 거리 여기저기를 누비며 야외 레코딩을 하는 장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 지하철 승강장, 워싱턴 스퀘어 등 뉴욕의 명소들이 짧게 스쳐지나가지만 그만큼 인상 깊다.

한 해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무수히 많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인물이 어떤 모습으로 그 장소에 나타나는가에 따라 그 의미는 사뭇 다를 것이다.

조금 추레한 차림으로,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뉴욕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또 하나는 그레타와 덴이 이어폰을 같이 끼고 뉴욕 거리를 발길 닿는 대로 떠도는 장면이다.

너무 낭만적인 장면이라 할 말을 잃었다. 이거 보고 따라하는 연인들도 있겠다 싶을 정도...

솔직히, 같은 음악을 들으며 하루종일 함께 걷는데 어떻게 아무런 사심도 안 생길 수 있을까?

옛날에는 연모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테이프에 넣어서 선물하고는 했다는데, 이 장면은 그런 것의 연장선인 듯 싶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것을 느끼는 것만큼 로맨틱한 것은 없을테니 말이다.

 

 

 

여하튼 우발적으로 선택한 영화...였지만, 후회 한 점이 없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는 만족감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으니.

덧붙여, 음악을 다시 찾아 들어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왜인지 너무 오랫동안 음악을 잊고 산 것 같다. 

다시 찾아서, 무언가를 느끼려고 한다면, 작품 속의 덴처럼 머릿속에서 절로 흥겨운 반주가 떠오르지 않을까.

 

Posted by 새벽(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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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2014년 작성되었으며 포스팅 보존을 위해 티스토리에서 재작성되었습니다. 







약 일주일 전 쯤 화제의 친모아를 구입했다. 덕질에 유용하다는 그 친모아

sns나 여타 인터넷 매체에서 꽤나 흥하고 재미난 짤이 떠돌기에 상당히 기대했다.

기대했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그 이상은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 자세한 리뷰↓

 

 

 

 

 

 

1. 초 업그레이드판 다마고치

 

친모아가 뭐냐고 묻는다면, 현대판 다마고치라고 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의 대부분이 내가 만든 주민들을 돌보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주고, 씻겨주고, 재워주던 다마고치의 확장판이다. 그런데 친모아는 추억의 다마고치에서 한층 나아가, 주민들의 연애나 결혼, 이벤트 등에도 관여하게 된다. 

 

 사실 친모아와 튀동숲은 닮은 점이 많다. (심즈하고도 많이 비슷하다고들 하던데... 근데 심즈는 안 해봐서...) 다만 튀동숲은 내가 직접 마을의 주민이 되어 귀여운 숲속 친구들과 소통하는 거라면, 친모아는 내가 섬의 주인이 되어 수십명의 주민들을 돌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지적 작가 시점과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쨌든 다양한 먹거리(?)와 보물, 의상 등의 아이템들은 수집욕을 불태우기에 충분한 거 같다. 일단 넘버가 매겨져있으면 그 빈자리를 다 메꾸고 싶은 수집광(...)의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자!도 비슷한 맥락) 하지만 Mil의 디자인은 살짝 아쉽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옷 디자인도 동숲이 더 좋은 편.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의 문제지만..

 

 

 

2. 주민들 뭐하나? 구경하는 재미

 

 

 

돌보는 재미가 있다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주민들을 만들 때, 몇가지 스테이터스를 골라줌으로써 주민들의 성격이 결정된다. 주도파, 뭐시기파(까먹음) 등등 4가지 파와 그에 포함된 유형까지 합치면 16가지 성격이 있다. 성격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달라서 흥미롭다. 아는 바로는 성격에 따라 친구를 사귀는 것도 다른 거 같다. 성격이 맞으면 친구가 되고, 아니면 되기가 힘들다거나 그런 식인듯 하다. (이런 불확실한 정보를...)

 

 그리고 만족도가 상승할 때마다 도구를 줄 수 있다. 도구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나 싶어서 이것저것 줘봤는데... 도구 자체로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 같지는 않다. 대신 도구로 노는 Mil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울을 줬더니 알아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금속탐지기를 갔더니 해변에서 홀로 거닐고 있기도 하고, 발레 입문서를 주면 방안에 있을 때 발레를 추기도 한다. 또한 내 섬의 한 주민의 제보(!)로는 "같은 도구를 지닌 주민에게 더 동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제일 구경하는 맛이 큰 건 역시 사랑과 싸움 구경이다. Mil들이 늘어나고, 그 안에서 관계가 생기다보면 자연히 이런 저런 갈등이 생기기 마련. 절친이 되어서 만날 붙어다니는가 하면 느닷없이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우기도 한다(....)

 

 

 

(친해지면 이렇게 한 방에 모여서 같이 논다. 닌텐도 위유를 줬더니 게임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가상현실에서 내청춘 역하렘을 완성)

 

 

 친구들끼리 노는 걸 보는 것도 재미지지만, 사랑 구경도 재밌다. 친구가 된 이성이 어느정도 호감도가 쌓이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하는데... 한국 친모아는 특이하게 소개팅(!)을 할 수 있다. 즉, Mil가 외롭다며 섬의 주인인 플레이어에게 자신과 어울리는 이성을 소개시켜달라고 한다...(....) 나는 이 방법으로 히비키와 코토네를 엮어줬다. (그 전에 둘은 타인이었다) 현재는 히비키가 "코토네에게 푹 빠진" 상태이고, 반면 코토네는 "살짝 불만족"인 상태. 연인이 되었다고 무작정 행복한 것만도 아닌가 보다. 묘하게 현실적이다. 그래도 커플인 얘네가 시로나한테 연속 2번 차인 N보단 낫다

 

 연인이 된 커플은 또 일정도 이상 호감도가 쌓이면 결혼하게 된다. 상성 테스트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행복하게 못 사는 줄 알았는데, 상성이 30% 이하였던 커플도 아이 낳고 알콩달콩 잘 사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다. 여하튼, 내가 만든 Mil들끼리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으면 감회가 남다르다. 마치 작은 세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 하지만 묘하게 지루한 건 왜일까

 

 

 

친모아는 재밌다. 흥미요소도 많다. 



이렇게 덕질용으로도 좋다

본격 포켓몬 포스터

 

 그런데 왜 지루한 걸까? 나는 꾸준히 친모아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끈기있게 오래하진 못하겠다. 

 

 그건 게임의 방식이 너무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친모아에 있는 게임 요소는 위에 언급한 것이 전부이다. Mil를 만들고, 돌보고, 연애하고 싸우고 결혼하는 걸 구경하고... 사실 동숲 시리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몰입도는 친모아가 더 떨어지는 거 같다(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패턴이 너무 예상되는 탓인 듯하다.

 

 게임을 1시간만 해보면 앞으로 10시간 동안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Mil들의 행동이나 말은 한정되어 있고,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다. Mil 생성->돌보기->인간관계 구축하기->연애->결혼. 이라는 사이클이 너무 당연해서, 그 이외의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 안에서의 다양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Mil는 절대 내 예상 이외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다. Mil가 깨어있으면 고민을 들어주거나, 놀아주거나 둘 중 하나이고. 가끔씩 일어나는 러브 이벤트도 몇 번씩 겪다보면 그다지 새롭지 못하다.

 

 친모아를 재밌게 하고 있는 편이기에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다. 친모아는 후속작이 더 기대되는 게임이다. 현 게임에서 부족한 점들, 지루한 부분들을 보완하면 더 흥미로운 게임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동숲보다 튀동숲이 더 즐길거리가 많아진 것처럼.

 

 

신오조 친목회 아파트 주민들 등산사진

이 아이들이랑 더 많은 걸 하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다.

업그레이 될 친모아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새벽(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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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2015년 작성되었으며 포스팅 보존을 위해 티스토리에 재작성되었습니다.



 


유리쿠마 아라시가 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1분기 엄청나게 챙겨봤던..

제가 제일 좋아하는...이쿠하라 감독의 최신작이자 백합 19금 애니..((.....))

호불호도 갈리고 말도 탈도 많았지만,

역시나 마지막화에서 빵!하고 터뜨려주는 감독님이었습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유리쿠마는 물론 소녀혁명 우테나, 돌아가는 펭귄드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쿠하라 감독님의 작품은 다 봤습니다. 우테나, 핑드럼, 그리고 이번 유리쿠마까지.

아무래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좀 있고,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3개 정도 작품을 보다 보니 아~ 감독이 말하려는 게 이런 거구나~하는 게 대충 느껴집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상이지만요..)

개인적으로, 이쿠하라 감독님의 작품은 표현은 난해하지만 메시지 자체는 굉장히 명확하다고 여기고 있거든요.

사실 3 작품을 아우르는 공통점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해보고 싶은데..(는 정리가 잘 안 된다)

일단 이번엔 유리쿠마만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리쿠마 엔딩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겁니다.


드디어..드디어 맺어졌어!! <-이거..


왜냐하면 지난 작품에서는 두 사람이 맺어지는 엔딩은 없었거든요..(물론 우테나 극장판은 제외지만)

드디어 받았습니다. 약속의 키스...

단절의 벽이 무너지고, 두 사람은 이어지고, 약속의 키스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다른 작품들 결말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아, 감동의 마지막 장면..ㅠㅠ 




유리쿠마의 메세지는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좋아함을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을 가두고 있는 거울을 깨부수었을 때..

진정한 사랑(약속의 키스)가 완성된다는 것.

쿠레하 어머니의 동화책 내용 그대로가 교훈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세상은 알이다, 깨부수고 나와야한다(우테나)

우리들은 상자 속에 갇힌 채 태어난다(핑드럼)

그리고 단절의 벽과 투명한 폭풍(유리쿠마)..

전부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가둬둔다는 거겠죠,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과 편견 혹은 자신의 욕망 속에.

투명한 폭풍은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이건 핑드럼에 나오는 어린이 브로일러와 일맥상통하는 은유 같습니다.

어린이 브로일러에 들어가면 투명하게 되고,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된다고 하잖아요?

투명한 폭풍도 마찬가지.. 대중 속으로 들어가 철저한 일원이 되면, '나'라는 존재는 소멸해버립니다.


핑드럼의 어린이 브로일러에서.. 쇼우가 히마리를 발견하고 사과를 건네주었듯이,

유리쿠마에서는.. 긴코가 쿠레하를 찾아내서 약속의 키스를 건네주는 겁니다. (이건 서로 해준 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마지막화에서 이런 대사가 있죠.




"세계의 룰을 지키지 않는 너는 악이야. 우리는 모두 투명해지 않으면 안 돼."

"그럼 누가 너를 찾아주지?"





후자는 쿠레하가 한 말이죠.

대중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이미 투명한 폭풍에 휩쓸린 건지도 모르죠.

같은 교복을 입고, 혹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 같은 교육을 받고, 유행하는 노래를 듣고, ..

겉보기에 개개인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자신의 개성을 증명할 만한 수단이 현대사회에는 그다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투명한 폭풍 속에서 서로를 찾아낸다면, 그 때야말로 자신은 특별한 존재가 되고.."좋아함"을 부여받는 겁니다.

마치 김춘수의 시 "꽃"과 비슷한 이야기네요.

쿠레하가 긴코를 찾았고, 긴코가 쿠레하를 찾았기에..

그리고 긴코는 욕망을 버리고 쿠레하는 긴코를 용서했기에..

두 사람은 꽃이 되었고 단절의 벽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사랑은 완성되었고, 우테나가 학원의 아이들이 인지할 수 없는 세계로 나아갔듯-

두 사람은 더 높은 세계에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루루에 대한 것입니다.



 

저의 아름다운 최애는 고인이 되셨습니다..아아...




루루는 이 작품에서 중간자적 역할을 합니다.

1화에서 시작 나레이션을 루루가 맡고, 또 12화에서 루루가 미룬에게 동화책의 결말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끝나니.. 작품의 화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유리쿠마는 알고보니 액자식 구성이었다..고도 주장해볼 수 있겠네요. 미룬에게 두 사람의 동화를 읽어주는 루루공주!)


루루는 키스를 잃은 존재이자, 가장 올곧은 "좋아함"을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중간에 삐걱거리긴 하지만.. )

어릴 적 그녀는 욕망(디자이어-)에 사로잡혀 미룬의 "좋아함"을 바로 보지 못했죠. 자신의 진심도 몰랐구요.

하지만 깨닫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긴코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가 됩니다.

긴코에게 준 좋아함을 보답받지 못해도, 약속의 키스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이라는 마음으로 충실한 친구가 되죠. 쿠레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두 사람을 이어주는 데 루루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처음으로 좋아함을 받았던 미룬은 죽었고, 키스를 포기했기 때문에..

단절의 벽을 넘는다던지 약속의 키스를 받는다던지 ..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루루의 죽음은 예견된 건지도 모르죠. 왜냐면...

그녀의 좋아함은 죽음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요.

좋아함(스키)가 키스가 되는 세계에서 루루는 미룬과 영원히 살아갑니다.

그것은 둘다 죽음으로써,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얻은 행복이겠죠...

루루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요..왜 자꾸 내 최애는 죽는거야..ㅠㅠ




 

루루짱...거기서 행복하니..?




결론적으로, 유리쿠마는 굉장히 잘 만든 수작입니다.

물론 19금에 백합이라 진입장벽은 높습니다만...그래서 BD 판매량도 낮은 걸까

전작 핑드럼에서 스토리 진행 방면에서 쓴소리를 들었던 탓인지,

유리쿠마는 아예 1쿨로써 굉장히 말끔하고 깔끔합니다. 군더더기가 없어요..

1화를 보면 아 이게 시방 뭔소리여 할 수도 있겠지만 12화를 보고 나면 아...이게 그거였구나..하고 감동의 쓰나미가 왈칵 밀려오는..그런 작품이죠..

전체적인 반응을 봐도 이쿠하라 감독님의 작품치고 이해하기 쉬웠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쿠하라 감독님의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번 유리쿠마는 의미가 깊었습니다.

드디어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것에 큰 의의를...

핑드럼에 비하면 정말로 해피엔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애는 죽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을 실시간으로 매주 챙겨볼 수 있었다는 게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제 감독님이 핑드럼 극장판만 내주시면 되겠군요..(...)

아니면 다른 신작도 좋습니다. 행복하네요, 정말.


Posted by 새벽(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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