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아가 뭐냐고 묻는다면, 현대판 다마고치라고 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의 대부분이 내가 만든 주민들을 돌보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주고, 씻겨주고, 재워주던 다마고치의 확장판이다. 그런데 친모아는 추억의 다마고치에서 한층 나아가, 주민들의 연애나 결혼, 이벤트 등에도 관여하게 된다.
사실 친모아와 튀동숲은 닮은 점이 많다. (심즈하고도 많이 비슷하다고들 하던데... 근데 심즈는 안 해봐서...) 다만 튀동숲은 내가 직접 마을의 주민이 되어 귀여운 숲속 친구들과 소통하는 거라면, 친모아는 내가 섬의 주인이 되어 수십명의 주민들을 돌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지적 작가 시점과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쨌든 다양한 먹거리(?)와 보물, 의상 등의 아이템들은 수집욕을 불태우기에 충분한 거 같다. 일단 넘버가 매겨져있으면 그 빈자리를 다 메꾸고 싶은 수집광(...)의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자!도 비슷한 맥락) 하지만 Mil의 디자인은 살짝 아쉽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옷 디자인도 동숲이 더 좋은 편.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의 문제지만..
2. 주민들 뭐하나? 구경하는 재미
돌보는 재미가 있다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주민들을 만들 때, 몇가지 스테이터스를 골라줌으로써 주민들의 성격이 결정된다. 주도파, 뭐시기파(까먹음) 등등 4가지 파와 그에 포함된 유형까지 합치면 16가지 성격이 있다. 성격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달라서 흥미롭다. 아는 바로는 성격에 따라 친구를 사귀는 것도 다른 거 같다. 성격이 맞으면 친구가 되고, 아니면 되기가 힘들다거나 그런 식인듯 하다. (이런 불확실한 정보를...)
그리고 만족도가 상승할 때마다 도구를 줄 수 있다. 도구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나 싶어서 이것저것 줘봤는데... 도구 자체로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 같지는 않다. 대신 도구로 노는 Mil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울을 줬더니 알아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금속탐지기를 갔더니 해변에서 홀로 거닐고 있기도 하고, 발레 입문서를 주면 방안에 있을 때 발레를 추기도 한다. 또한 내 섬의 한 주민의 제보(!)로는 "같은 도구를 지닌 주민에게 더 동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제일 구경하는 맛이 큰 건 역시 사랑과 싸움 구경이다. Mil들이 늘어나고, 그 안에서 관계가 생기다보면 자연히 이런 저런 갈등이 생기기 마련. 절친이 되어서 만날 붙어다니는가 하면 느닷없이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우기도 한다(....)
(친해지면 이렇게 한 방에 모여서 같이 논다. 닌텐도 위유를 줬더니 게임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가상현실에서 내청춘 역하렘을 완성)
친구들끼리 노는 걸 보는 것도 재미지지만, 사랑 구경도 재밌다. 친구가 된 이성이 어느정도 호감도가 쌓이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하는데... 한국 친모아는 특이하게 소개팅(!)을 할 수 있다. 즉, Mil가 외롭다며 섬의 주인인 플레이어에게 자신과 어울리는 이성을 소개시켜달라고 한다...(....) 나는 이 방법으로 히비키와 코토네를 엮어줬다. (그 전에 둘은 타인이었다) 현재는 히비키가 "코토네에게 푹 빠진" 상태이고, 반면 코토네는 "살짝 불만족"인 상태. 연인이 되었다고 무작정 행복한 것만도 아닌가 보다. 묘하게 현실적이다. 그래도 커플인 얘네가 시로나한테 연속 2번 차인 N보단 낫다
연인이 된 커플은 또 일정도 이상 호감도가 쌓이면 결혼하게 된다. 상성 테스트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행복하게 못 사는 줄 알았는데, 상성이 30% 이하였던 커플도 아이 낳고 알콩달콩 잘 사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다. 여하튼, 내가 만든 Mil들끼리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으면 감회가 남다르다. 마치 작은 세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 하지만 묘하게 지루한 건 왜일까
친모아는 재밌다. 흥미요소도 많다.
이렇게 덕질용으로도 좋다
본격 포켓몬 포스터
그런데 왜 지루한 걸까? 나는 꾸준히 친모아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끈기있게 오래하진 못하겠다.
그건 게임의 방식이 너무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친모아에 있는 게임 요소는 위에 언급한 것이 전부이다. Mil를 만들고, 돌보고, 연애하고 싸우고 결혼하는 걸 구경하고... 사실 동숲 시리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몰입도는 친모아가 더 떨어지는 거 같다(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패턴이 너무 예상되는 탓인 듯하다.
게임을 1시간만 해보면 앞으로 10시간 동안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Mil들의 행동이나 말은 한정되어 있고,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다. Mil 생성->돌보기->인간관계 구축하기->연애->결혼. 이라는 사이클이 너무 당연해서, 그 이외의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 안에서의 다양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Mil는 절대 내 예상 이외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다. Mil가 깨어있으면 고민을 들어주거나, 놀아주거나 둘 중 하나이고. 가끔씩 일어나는 러브 이벤트도 몇 번씩 겪다보면 그다지 새롭지 못하다.
친모아를 재밌게 하고 있는 편이기에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다. 친모아는 후속작이 더 기대되는 게임이다. 현 게임에서 부족한 점들, 지루한 부분들을 보완하면 더 흥미로운 게임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동숲보다 튀동숲이 더 즐길거리가 많아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