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8일 발매되었던 포켓몬의 7번째 시리즈 썬문(SM).

발매된지 1년이 지났지만, 이번에 울트라 썬문(USUM)이 발매도 되었으니

복습 겸 다시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라고 쓰고 스컬단 위주의 리뷰입니다.





(((플레이 안 하신 분들은 스포일러 주의)))

((스토리 위주의 리뷰))








7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면 단연 "알로라"입니다.

알로라는 이 지방의 이름이기도 하고, 또 이 지방 특유의 인삿말이기도 하죠.

(우리 모두 알로라 사람들을 만나면 두 손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알로라~라고 외칩시다)


포켓몬 게임은 시리즈별로 실제 존재하는 도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맵을 짜는 걸로 유명한데, 알로라는 하와이가 모티브인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직 섬만으로 이루어진 맵. 숲과 바다가 풍부하며 사람들은 포켓몬과 상생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입니다.



알로라와 섬순례


또 알로만의 특징이라면 "짐리더"가 없다는 거겠죠.

그동안 짐리더에게 이겨 배지를 모으고 리그로 간다는 포켓몬의 공식을 과감히 놓아버리고, "섬순례"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여행을 하게됩니다.

근데 이..섬순례가... 짐리더랑 싸우는 거보다 힘듭니다....나만그런가..

주인포켓몬 레벨도 높고 이놈의 주인포켓몬이 자기 능력 상승시키고 다른 포켓몬도 2마리 더 불러서 싸우기 떄문에...(왜..1대 3이야..) 

기존 짐리더들과의 배틀은 (스토리에선) 상성이 안좋아도 레벨 올려서 가면 어케어케 다 이길 수 있었는데 섬순례 주인포켓몬은 상성이나 기술 등 어느정도 고민을 하고 가지 않으면 엄청나게 고생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제일 애먹었던 건 라란티스인데...음... 아 캐스퐁이랑 라란티스 협공(?)이 좀 성가신 걸 넘어서 공략이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웹상에서도 썬문의 난이도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높다! 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구요. 뭔가 행복한 낙원같기는 한데...야생은 엄청나게 가혹하단 느낌이 팍팍 듭니다.


그래도 알로라라는 외국(?)으로 이사가서 섬순례를 하며 현지에 적응(?)하고 친구들도 생기는 주인공을 보면 꽤나 뿌듯하죠. 그런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롭고 아늑한 느낌이 알로라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그런 알로라에 존재하는 악의 조직(?)이 있었는데....




'실패한 아이들'이 모인, 스컬단.


얼마나 평화롭나면, 알로라에는 포켓몬 마피아(라고 쓰고 로켓단)이라던지 세계멸망을 원하는 악당(이라 쓰고 플레어단)이라던지 하는 악당들이 없습니다!

포켓몬과 사람들이 얼마나 평화롭게 지내는지... 그런 끔직한 일(?)을 벌이는 악당은 없고, 있다면 동네 불량배(...)정도인데. 

그게 바로 스컬단입니다.


사실 이 포스트를 쓰려고 생각한 내용들도 9할은 스컬단 때문입니다. 

처음에 플레이할 떄는 눈치를 못 챘는데, 스컬단은 역대 악의 조직(사실 악의 조직 아니지만...)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더군요.



뭔가 의상은 힙해보이긴 하는데...


일단 첫번째로는,

스컬단은 역대 조직과 달리 "목적이 없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조직입니다. 

뭐 현실의 말을 빌려오자면 비행청소년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태까지 악의 조직(아니..스컬단 악의조직 아니지만...비교할 조직이 얘네들 뿐이라..)을 살펴보자면....

로켓단. 아쿠아단&마그마단. 갤럭시단. 플라즈마단. 플레어단...

전부 "어른들의 이기적인 목적"으로 움직여지는 집단입니다.


로켓단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포켓몬을 이용하는 비정한 조직이고, 나머지 조직들도 전부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실현하기위해, 혹은 단순히 세계를 지배하거나 멸망시키기 위해 가차없이 포켓몬을 이용하죠.


정말 여태까지 악의 조직들과 너무 대조적이죠...

스컬단 아이들은 모인 목적이 없습니다. 꿈도 없습니다. 이루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왜냐면 이 아이들은...




늘 분노에 가득찬 스컬단의 두목, 구즈마



두번째, 이 아이들은 "실패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섬순례"는 알로라의 전통입니다. 아이들은 섬순례를 떠나 여행을 하고, 포켓몬들과 우정을 쌓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하지만 섬순례에 실패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중도에 지쳐 포기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스컬단의 행동이 우습게 표현되어서 첫플레이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플레이 해보니 알로라는 생각보다 비정한(?) 사회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스컬단 단원 중에 어른 NPC에게 이런 말을 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왜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우리보다 포켓몬이 더 소중해?" 라고.


또 주인공(플레이어)에게 이런 대사를 치는 단원이 있었습니다.

"뭐야, 지금 섬순례에 실패한 나를 비웃으려는 거야?" 라고.


그리고 스컬단 보스인 구즈마는 이런 대사를 합니다.

"박살내고 박살내도 절대 봐주지 않아 모두가 미워하는 구즈마가 여기있다."


모두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왜 이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왜 모두가 사랑하고 아끼는 알로라를 미워하고, 어른들을 미워하고, 섬순례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주인공을 미워할까요.


그건 이 아이들이 실패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스컬단 단원들은 섬순례에 실패한 아이들이고, 구즈마는 '그렇게 강한대도 캡틴이 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사랑해주지 않습니다. 

스컬단이 된 아이들과 구즈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스컬단을 가엾게 여기는 건 간부인 플루메리정도인 거 같습니다. 그녀는 스컬단을 마구 해치우고(?) 다니는 플레이어에게 "왜 멍청한데(...) 가엾은 내 애들을 괴롭히냐"며 배틀을 걸어 오니까요.


스컬단들이 저지르는 일들은 전부 관심을 갖고자 벌이는 일들처럼 보이는데 (괜히 섬순례를 훼방 놓는다던지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던지) 정작 어른들은 전혀 그런 일들에 관심도 없죠. NPC들은 스컬단은 원래 그런 애들이니 내버려 두라던지 무시하라던지 하는 식의 말들을 내뱉습니다.


스컬단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딱 두 캐릭터인데, 바로 나누와 루자미네입니다.

루자미네는 그래도 구즈마의 능력을 인정해준 어른이고... (끝은 안좋아도..음)

나누는 말로는 집세가 싸서 그렇다면서 스컬단 아지트가 있는 포우마을 바로 옆에서 살며 스컬단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죠. 사천왕 제안을 거절한 것도 아이들 지켜보려고 그런 느낌이 드는데...


여튼 이 두 사람말고는 정말 놀랍게도 아무도 스컬단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물론 스컬단이 저지르는 일들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늘 플레이어(승리자)의 입장에서 포켓몬 세계를 즐겨왔으니까요.

90년대에 나온 구 1세대(RGBY)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늘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었고, 그것이 RPG 게임의 공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썬문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대자연 뒤에 가혹한 야생의 법칙이라는 이면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우리 현실의 일면이며, 사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패'라는 단어입니다.


적어도 포켓몬 세계에서 만큼은, 우리는 언제나 챔피언이 되었고 최종 승리자가 됩니다.

썬문은, 그런 포켓몬의 세계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준 첫번째 시리즈인 거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는 5세대(블랙&화이트)에서 지적했던 포켓몬의 해방만큼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5세대에서는 그래도 포켓몬 해방이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나름대로 답안도 제시하지만..뭐... 썬문은 스컬단에 대해 고민도 안하고 해답도 제시를 안해주니까요. 심지어 이 불편한 진실은 알로라라는 빛나고 아름다운 세상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상냥하고 빛나는 알로라에도 포우마을이라는 그림자 진 장소가 있습니다.

깜깜한 하늘에 축축한 비가 내리고, 폐허가 된 집과 포켓몬 센터에 마구 낙서가 된 벽들.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가구들과 지저분한 침대. 그 위에 무기력하게 널브러져 있는 스컬단 단원들.

스스로 아무 장점도, 실력도, 나아질 점도 없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모인 장소.

그리고 그들의 보스는 실력이 있는데도 꿈을 이루지 못한 가장 불운한 사람.


어쩌면 스컬단은 엔딩을 보지 못하고 중도포기한 세이브 데이터들이 모인 장소는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조금, 잔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현실과 비슷해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스컬단의 이야기가 썬문에서 너무 미완결된 느낌이라, (위에도 언급했듯이 전혀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주지를 않습니다. 얘네들 어떡할거야 ㅠㅠ

울트라썬문에서 좀 풀어주기를 바랐는데.... 음 그렇기는 커녕.....은 다른 포스트에서 얘기하도록 하고....(....)


어쨌거나 썬문에서 좋았던 점은 스컬단이라는 이례적인 집단, 그리고 아쉬웠던 점은 그런 이레귤러를 만들어 두고 제대로 풀어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리뷰를 작성하려고 포스트를 썼는데 마땅한 결론이 없네요. 

(어쩔수 없죠... 원작에서 결론을 안줬으니까..)



썬문에 등장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에 대해서도 썰을 좀 풀고 싶은데, 너무 길어서 포스트는 여기까지.

그건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새벽(dawn)
,

*본 리뷰는 2013년 작성되었으며 포스트 보존을 위해 티스토리로 이전했습니다.





 포덕답게 아주 길고 자세하게 써 봤음.

리뷰란도 새로 만들었으니 제대로 리뷰 ㅇㅇ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 이후의 이야기"

 

포켓몬 시리즈의 후속작은 항상 본작의 인물들과 메인 스토리를 공유하되, 약간의 변형과 가감이 이루어진 형태였다. 하지만 이번 5세대, 블랙&화이트에서 최초로 "2"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말그대로, 본작에서 몇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다. 물론 골드 실버 버전이 RGBY의 몇년 뒤 이야기고, 전작의 짐리더들과 주인공인 레드마저 재등장해서 "처음으로 소개되는"이라는 수식어가 걸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골드 실버는 시리즈 자체가 다르다. 악의 집단은 로켓단 나머지 잔당(..)들이라던가 라이벌이라던가 전작과 연관이 매우 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옆지방이라고는 하지만 본토가 칸토에서 죠토로 바뀌고 8명의 짐리더들도 새로 공개되었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주관적으로는 RGBY-골드실버의 관계는 BW1-BW2와의 관계만큼 긴밀성은 떨어진다고 본다. 게다가 "그 이후의 이야기"라고 명명한 이유는 단지 세월이 흘렀기 때문만이 아니라, 주인공즈 자체가 2년 전의 사건들과 너무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BW2는 BW1에서 상당히 깊이있게 다뤄졌던 플라즈마단과 주인공들의 이야기의 매듭을 지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BW1가 이전까지 포켓몬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N이란 캐릭터는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유형이 인물이었고 그 자체로도 논문하나(..) 나올 만큼 이런저런 사정이 많은 사람이다. 거기에 플라즈마단이 제기하는 주장은 포켓몬의 세계관 자체를 위협하는 상당히 획기적인(!) 것이었다. "포켓몬의 해방"이라는 주제는 그만큼 무겁고 논쟁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은 bw1에서 플라즈마단의 실목적이 개치스의 세계정복이었고 N 또한 그에게 이용당했다는 것 때문에 플라즈마단의 사상인 "포켓몬의 해방"이라는 것이 그늘에 살짝 가려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결말에서는 (그렇게 싸웠으면서) "포켓몬이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면 괜찮다."라는 무난한 결론을 내보인다. 그래봤자 볼에 강제로 넣어서 싸움시킨다는 건 변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 N 또한 주인공을 만나고 생각이 변해, 좀더 많은 사람들과 포켓몬을 만나보고 싶다며 여행을 떠난다. 결말은 아주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몇몇 플레이어들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거.. 이걸로 된거야?, 라고.

 BW2는 이걸로 된 걸까?????이란 의문에 어느정도의 답을 제시해 준다. 그 답이란 "이거야. 이게 답이야. 이걸로 됐어."라는 확답이 말해주는 것이 아닌, "자, 이걸 봐. 그 이후에 얘네들은 이렇게 됐어. .. 이걸로 어느정도 알겠니?"라는 식으로 찬찬히 보여주는 식이다.

 

 

 

구 플라즈마단 vs. 신 플라즈마단

 

전작에서의 "해방"이란 문제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한 시비들을 명료하게 나눠주려고 하는지, BW2에서는 플라즈마단이 구 플라즈마단과 신 플라즈마단으로 나뉜다. 물론, 플라즈마단에서 아예 나와서 일반인으로 사는 녀석들도 있다.

 플라즈마단의 지도부의 실제 목적이 어쨌건 N이 잘못된 방향으로 교육을 받았건, 플라즈마단의 대부분의 조무래기(..)들은 이런 사정은 몰랐다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내 대사들을 보면 이들 대부분은 플라즈마단의 "포켓몬의 해방"이라는 것에 동조하는 무리들이다. N이라는 깨끗하고 순수한 존재를 징표로 삼아 새 세상을 열겠다는 크루세이더들인데.. 오죽하면 이들의 상징이 기사단일까. (아니면 그냥 N의 취향인가) 이들은 N을 신세계의 왕으로 모시고 따랐다. 근데 N이 자기성장을 한답시고 떠나버렸다. 플라즈마단이 분열한 이유는 결정적으로 이 때문인데, 구 플라즈마단은 "N님의 심정을 이해해. 해방이랍시고 사람과 포켓몬을 억지로 떨어뜨려 놓은 건 우리 잘못이니까 회개하고 살아야지.. 그리고 N님을 기다릴거야."라는 녀석들이고 신 플라즈마단은 "개치스님을 버리고 떠나버리다니! N은 배신자야. 우리는 개치스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뜻을 도모한다!"..는 녀석들이다.

 문제는 신 플라즈마단에는 이런 놈 저런 놈 다 섞여있다는 것인데.. 여전히 진심으로 "해방"이라는 신조에 동조하는 소수의 무리들 (어떤 의미로는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다) 혹은 개치스한테 들러붙어서 한 몫 챙겨보려는 녀석들이 있다. (심지어 이 중에는 과거에 갤럭시단이었던 녀석도 있다. 악의 조직에 가입해서 어떻게 흥해보려고 하는데 늘 잘 안 된단다. ... 어떤 의미로는 조금 가엾기도.) 참고로 후자의 녀석들은 전작에서도 존재했던 녀석들이다. 포켓몬은 도구라는 둥, 빼앗아서 맘대로 학대해도 된다는 둥, 이런 거침없는 발언들을 하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그 악질적인 본성(..)을 살려서 신 플라즈마단에서 아주 활약을 해주신다. 복장도 악의 조직처럼 제대로 차려입어서 그런지 전작처럼 대사 필터링도 잘 안 해준다... 대놓고 포켓몬들에 대해 나쁜 말을 늘어놓기도.

 이에 반해 구 플라즈마단은 정말 아주 착하고 순한 녀석들이 되어버렸는데, 호도모에에 모여서 살고 있다. (.. 야콘 씨는 엄한 거 같은데 참 다정하다.. 멋져요 보스 ) 예전에 뺐었던 포켓몬들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주인을 못 찾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키우고 있다. 꽤나 감격했던 부분은 전작에 N의 성에서 의미심장한 대사를 날렸던 단원의 재등장. BW1에서 보르쥐를 보고 "난 도구로 이용했는데.. 이 녀석, 날 따르고 있어?"라고 당황해 하는 단원이 있었다. 후에 BW2의 구 플라즈마단의 거처에 머무는 이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 진심으로 날 따르게 되어서 나도 진심으로 대해주려고 해."라고. 포켓몬이 인간 감화 사실 이런 류의 1에서 2로 이어지는 짤막 짤막한 이야기들은 맵 곳곳에 숨어있다.

 

 

2년 뒤의 그 곳, 변하기도 변하지 않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bw2를 플레이 하면서 제일 기대했던 부분은, "2년이 지났다고 했는데 뭐가 어떻게 변했을까!"..였다. 근데 막상 보면 많이 변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이런 느낌인데. 이게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사실 현실에서도 2년이란 세월은 눈에 띄게 무언가가 변화하는 것도,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머물러 있는 세월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맵만 보자. 맵만 보면.. 많이 변했다. 발매 전 맵이 공개 됐을 때 "헐 이게 뭐지?"라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었을 법한데, 왜냐면 하나지방 대부분이 얼음에 뒤덮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즈의 고향도 마을이 아니라 시티. 나도 이제 도시여자야 맵도 군데군데 추가된 부분들이 있어 전작과 다른 느낌을 심어 준다. 근데 볼륨이 너무 커서 깨는데 오래 걸리잖아 짐리더들도 몇몇이 교체되었다. 카미츠레는 옷도 갈아입고 머리색도 바꿨다. 모델언니! 이건 여담인데 5세대에는 겸업을 하는 짐리더들이 많다. 아니, 다 겸업을 한다... 그래서인지 2년 뒤에 겸직하다 짐리더 안하고 관둔 사람들이 있다. 하치쿠는 영화 배우에 전념한다고 짐을 닫고, 아로에도 연구에 몰두한다고 짐리더 관두고... 산요우 트리오는 그나마 수련하기 위해서 짐리더를 그만둔 거라고 하지만. (산요우까지 가기 전에는 얘들이 레스토랑 한다고 관둔 줄 알았다..) 여튼 짐리더 겸업 금지 법을 통과시키든지 해야할 거 같다... 생각해보니 모델이나 영화배우 하면서 짐리더하는 게 쉬울 거 같지도 않고.

 사람들도 대부분이 같은 장소에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외에 미혹의 숲에 사는 은둔자 여자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기도 하고 여러 세부적인 요소들이 있어 BW1과 BW2를 비교하면서 플레이하는 데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나, 지금부터 화낼거다.

 

우리의 성게머리 휴우군의 첫인상은 착한 것 같은데 뭔가 비뚤어진 아이였다. 비뚤어졌다는 게 비행청소년이란 뜻이 아니고, 뭔가 고집스레 비켜갔다는 의미. 스토리 첫머리에는 휴우군은 자신의 목적을 뚜렷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 일단 "너 나 좀 도와줘."..라고 말하며 신 플라즈마단과 싸우는 데 한몫 거들게 한다. 도와주는 게 아니라 거의 강제 징집 하지만 스토리가 점점 진행되면서 휴우군의 분노의 실체가 들어나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의 여동생이 키우던 쌔비냥을 2년 전 플라즈마단에게 빼앗긴 것이다. 어쩐지 플라즈마단 녀석들이 쌔비냥을 많이 갖고 있다 했더니 2년전에 대대적인 "쌔비냥 사냥"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럼 로켓단은 주뱃 사냥을 했을까 동굴 탐험

 휴우군은 "쌔비냥 어딨어! 이 나쁜 놈들!!" 이러며 나이에 안 어울릴만큼의 증오와 분노를 품고 신 플라즈마단을 추격한다. 여동생의 포켓몬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인 그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그렇게 분노를 꾸역꾸역 쌓아놓고 왔다는 것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나, 지금부터 화낼 거야."라는 그의 대사는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안쓰러운 표정을 짓게 만든다. (근데 왜 개콘에서 앵그리 성호의 "화가 난다"가 자꾸 떠오르는걸까.. 화가 난다!!!! ) 오죽하면 그의 어머니가 "휴우는 마음 속에 쌓아두는 스타일."이라며 주인공에게 "그러니까 그 아이가 여행에서.. 아니 인생에서 길을 잃게 되면 부탁할게."라고 말하실까. 한마디로 휴우는 분노 때문에 인생에서 길을 잃은 상태(...)라고 요약 정리가 가능하겠다.

 어린 소년은 증오심이라는 한가지 감정에만 몰두되어 나머지 것들은 보지 못하고, 무조건 돌진하게 되버린 것이다. 이렇게 심각하게 비뚤어진 라이벌은 그동안 별로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HGSS의 실버가 있긴 하지만 얘는 원래 비행청소년이었다. (야) 그에 비하면 그린은 츤데레, 쥰은 ADHD.. 대부분이 속편한 녀석들이었는데.. (벨이랑 체렌은 여행 중 고민도 성장도 많이 하긴 하지만 뭔가 비뚤어지거나 결함이 있는 건 아니었다.) 휴우군은 시작부터 뭔가 뒤틀려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것은 전작의 플라즈마단이 하나에 남긴 수많은 상흔 중 하나였고, 작은 소년은 그 상처를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그저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것.. 그리고 그 증오심들을 어디로 보내야할지 몰라, 오로지 하나만 보고 돌진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참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아이.

 후반부에 가면 상당히 슬픈 전개가 되어간다. 여동생의 쌔비냥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선물로 준 것이라고 한다.... (근데 곱씹고 보니 어린애 포켓몬을 뺏어가다니 진짜 못된 녀석들이긴 하다...) 그렇게 플라즈마단을 뒤쫓고 뒤쫓아, 아지트의 최심부까지 들어선 휴우와 주인공은 놀라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무려 다크트리니티 중 하나가 그 쌔비냥을 데려갔던 것. ..게다가 쌔비냥은 이미 진화해 레파르다스가 되어 있었다. 다크트리니티는 이제는 필요 없다며 레파르다스를 휴우에게 줘버리지만, 정작 레파르다스는 휴우를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하려한다. 이 때 휴우군은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얘 하나 되찾겠다고 달려왔는데 정작 이 놈은 주인(아니 주인 오빠..)도 못 알아보고 으르렁 거리고 있으니. 휴우군은, 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너무 혼란스러워, 라며 일단 자신은 두고 가라고 말한다. 여태까지 끌고 왔으면서 최종전은 안 도와주다니 아마 그는, 지금까지 그가 하나만 보고 달려온 길이 분명 옳기는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이 장면에서 좀 울컥, 했다... 게임이 묘하게 현실적이야...

 결전 이후, 휴우군은 의외로 담담하게 "동생에게 레파르다스를 전해주러 간다."고 말하며, "너는 내가 인정한 최고의 트레이너다."고 덧붙인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좀 성급하긴 하지만 본성은 착하고 훈훈한 아이. 이번 시리즈에서 아마 가장 많이 성장한 건 휴우군이 아닐까... 싶다.

 근데 이녀석 리그 깨고 어디있나 찾아보면 물결시티에 있다. 음흉한 성게머리.. 시로나 누님의 수영복 소문을 듣고 온 게 틀림없다. 참고로 나는 시로나 누님 수영복은 흰색이든 검정이든 다 좋다.

 

 

 

 

 

 

 

떠나간 영웅과 새로운 영웅

 

2년 뒤 하나지방에는 토우코나 토우야가 없다. 어디를 갔나... 나츠미 아저씨 때문에 도망간걸까 싶었지만, 후에 마름꽃 마을에 가면 알 수 있지만 N을 찾아 떠났다. 어머니가 아들(혹은 딸)인 줄 알고 집에 들어오는 주인공한테 "네가 말한 N이라는 사람이랑은 만났니?"라고 말하기 때문. (생각해보니까 포켓몬 게임에선 남의 집에 막 불쑥불쑥 들어간다...) 상당히 감격스러운 사랑 이야기가 되는 것이, N또한 2에서 "예전의 그 아이를 다시 만나고 싶어."라고 말한다.... 2년 동안 한번도 재회를 못했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찾는 이것 또한 나름대로 감동적이다. .. 물론 토우야라면 BL이 되어버리지만, 여튼.

 토우코 혹은 토우야는 이미 떠났고, 하나지방의 영웅 자리는 비어있다. 그렇게 해서 신 플라즈마단을 해치우고 하나의 평화를 지키는 건 신 주인공의 몫. 새로운 영웅인 쿄우헤이 혹은 메이는 개인적으로는 지난 분란과 논쟁의 화합을 상징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그들이 전작의 주인공들 역할과 N의 역할을 동시에 물려받기 때문. "플라즈마단을 물리친 어린 소년 혹은 소녀"라는 타이틀은 지극히 그대로 BW1 주인공즈의 포메이션을 물려받은 형태인데다, 아라라기 체렌 벨 등 전작 주인공즈의 지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번호도 땄다 반면 N에게서는 영웅의 상징인 제크롬(혹은 레지람)을 물려받는다. (직접적으로 주는 건 아니지만 물려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스토리 진행 중 N의 조로아를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2의 주인공은 전작의 주인공과 N 두사람에게 동시에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둘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그는 전작의 주인공이 경험했던 사건들과 비슷한 일들을 겪지만 조금 다르며, N의 성에도 방문하게 되지만 그것은 과거와는 달라진 곳이었다. 또한 그는 구 플라즈마단과 신 플라즈마단의 경계에 서 있으며, 해방과 사랑에 대해 모두 경험했고, 이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2의 주인공은 1에서 2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이자 그 이후의 미래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영웅인 것이다.

 

 

쓸쓸하고 외로운, 얼어붙은 세계.

 

신 플라즈마단과 결전에 치닫는 부분에서, 신 플라즈마단은 큐레무의 힘을 이용해 쌍용시티를 얼음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BW를 플레이한 사람들은 알다시피, 쌍용시티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마을이다. 유일하게 버전에 따라 모습이 다른 곳인데 각각 오래된 과거와 새로운 미래를 상징한다. 늙은 사간과 어린 아이리스가 각각의 짐리더였던 것도 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쌍용시티가 얼어붙었다, 는 것은 과거에서 미래로의 시간이 정체되어 버렸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또한 기억과 소망, 잊혀져가는 것을 외면하고 떠오르는 것을 지워버린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더군다나 얼음으로 뒤덮여버린 쌍용시티에서 흐르는 브금.. 아니 BGM은 상당히 쓸쓸하고 외로운 멜로디다. 그리고 사람들은 추위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다.

 신 플라즈마단은 하나 전체를 얼려 버리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기력은 쇠했지만 야망만이 남아 타오르는 개치스가 원하는 자신의 왕국의 모습일 것이다. 또한 하나 더 재미있는 것은, 개치스 쪽에 붙은 칠현인인 비오인데.. 그는 추위를 지독하게 싫어하지만 사용하는 포켓몬은 전부 얼음타입이다. 게다가 "추운 건 싫지만 추위 속에 있으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발언까지 하니 상당히 흥미롭다. 참고로 전작에서 냉동 컨테이너에 숨어계시던 그 분이다. 할아버지 추운데 감기 드셔요

 개인적으로 얼어붙은 하나는 상당한 충격이었는데, 그건 그동안 쭈욱 포켓몬 시리즈를 플레이했지만 이토록 삭막한 광경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포켓몬 세계에도 이렇게 쓸쓸하고, 외롭고, 적막한 광경이 일어날 수도 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게 누군가 바라고 원하는 세상이라니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꽃잎이 흩날리는 1번도로와 너무나도 대조되지 않는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그쪽에 더 가까운 것이 분명할텐데.

 

 

 

모험과 평화, 그리고 성장과 미래

 

알다시피 bw2의 뉴챔피언은 아이리스다. 사간이 말했듯이 포켓몬과 사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타내주는 인물이다. 아이리스에게 이기고 전당 등록을 하면 그동안 보았던 것들과 조금 다른 엔딩 화면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주인공은 그동안 만났던 짐리더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다시 찾아가 인사하고 마침내는 부채시티로 돌아온다. 50시간 가까이 스토리만 깬 나로서는 가슴이 찡해지는 장면이었다 (...) 드디어 끝났다  bw2는 스토리를 깨고 난 뒤에도 할 게 참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배틀 서브웨이나 호도모에의 배틀이나 특히 포켓우드라던가 포켓우드라던가 포켓우드라던가. 포켓우드라는 존재는 역대 시리즈사상 처음으로(..) 주인공을 대박 연예인으로 만들어주는 특별한 녀석이다. .... 검은 닌텐도라고 불릴만한 상당히 오덕오덕한 요소들로 가득한데 이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고.. 나도 메이짱 브로마이드 갖고 시퍼요

 사람들이 사는 세계는 늘 논란과 분쟁으록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함께 살기 때문이다. 각자 생각하고 여기는 것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도 있고, 그렇기에 타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친구들이랑 정치나 사상 얘기 잘못했다간 큰일나기도(...)하는데 포켓몬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이 다른 탓이다. bw시리즈는 포켓몬 세계가 단지 웃고 떠들며, 행복한 모험과 즐거운 이야기들만으로 가득찬 세상이 아니라는 걸 그려낸다. 여타의 시리즈들도 그랬지만, 5세대는 특히 사람의 생각이 얼마만큼 다를 수 있고 또 그것을 조율하기가 얼마나 힘이 든지 보여준다. 또한 반목하고 싸웠을 때 생긴 흉터가 너무나 크고 아파서, 이겨내기가 힘들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했을 때 바로 새로운 미래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 것이 5세대다. 친구랑 크게 싸워도 화해할 수 있듯이, 세력이 나뉘고 분쟁에 휩쓸려도 미래는 있다. 어쩌면 시즈가 말한대로 남의 말에 함부로 넘어가지 않고 스스로 보고 경험하고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근데 너 짐리더잖아.. 악의 조직이랑 싸우면 좀 도와줘..) 

 bw2는 전작의 못다한 이야기이자, 남은 자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과 포켓몬의 이야기다. N과 토우코 혹은 토우야는 만났을까, 휴우는 어떻게 될까, 흩어진 플라즈마단들은 또 어떻게 되는 걸까... 등등 여지를 남기며 미래를 상상하게 해준다. 이것이 아마 닌텐도가 단순히 bw의 확장팩 개념의 후속작이 아닌, bw2라는 2년 뒤의 이야기를 보여준 이유가 아닐까.

  

 

 

 

 

 

 


Posted by 새벽(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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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2014년 작성되었으며 포스팅 보존을 위해 티스토리에서 재작성되었습니다. 







약 일주일 전 쯤 화제의 친모아를 구입했다. 덕질에 유용하다는 그 친모아

sns나 여타 인터넷 매체에서 꽤나 흥하고 재미난 짤이 떠돌기에 상당히 기대했다.

기대했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그 이상은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 자세한 리뷰↓

 

 

 

 

 

 

1. 초 업그레이드판 다마고치

 

친모아가 뭐냐고 묻는다면, 현대판 다마고치라고 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의 대부분이 내가 만든 주민들을 돌보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주고, 씻겨주고, 재워주던 다마고치의 확장판이다. 그런데 친모아는 추억의 다마고치에서 한층 나아가, 주민들의 연애나 결혼, 이벤트 등에도 관여하게 된다. 

 

 사실 친모아와 튀동숲은 닮은 점이 많다. (심즈하고도 많이 비슷하다고들 하던데... 근데 심즈는 안 해봐서...) 다만 튀동숲은 내가 직접 마을의 주민이 되어 귀여운 숲속 친구들과 소통하는 거라면, 친모아는 내가 섬의 주인이 되어 수십명의 주민들을 돌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지적 작가 시점과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쨌든 다양한 먹거리(?)와 보물, 의상 등의 아이템들은 수집욕을 불태우기에 충분한 거 같다. 일단 넘버가 매겨져있으면 그 빈자리를 다 메꾸고 싶은 수집광(...)의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자!도 비슷한 맥락) 하지만 Mil의 디자인은 살짝 아쉽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옷 디자인도 동숲이 더 좋은 편.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의 문제지만..

 

 

 

2. 주민들 뭐하나? 구경하는 재미

 

 

 

돌보는 재미가 있다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주민들을 만들 때, 몇가지 스테이터스를 골라줌으로써 주민들의 성격이 결정된다. 주도파, 뭐시기파(까먹음) 등등 4가지 파와 그에 포함된 유형까지 합치면 16가지 성격이 있다. 성격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달라서 흥미롭다. 아는 바로는 성격에 따라 친구를 사귀는 것도 다른 거 같다. 성격이 맞으면 친구가 되고, 아니면 되기가 힘들다거나 그런 식인듯 하다. (이런 불확실한 정보를...)

 

 그리고 만족도가 상승할 때마다 도구를 줄 수 있다. 도구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나 싶어서 이것저것 줘봤는데... 도구 자체로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 같지는 않다. 대신 도구로 노는 Mil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울을 줬더니 알아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금속탐지기를 갔더니 해변에서 홀로 거닐고 있기도 하고, 발레 입문서를 주면 방안에 있을 때 발레를 추기도 한다. 또한 내 섬의 한 주민의 제보(!)로는 "같은 도구를 지닌 주민에게 더 동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제일 구경하는 맛이 큰 건 역시 사랑과 싸움 구경이다. Mil들이 늘어나고, 그 안에서 관계가 생기다보면 자연히 이런 저런 갈등이 생기기 마련. 절친이 되어서 만날 붙어다니는가 하면 느닷없이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우기도 한다(....)

 

 

 

(친해지면 이렇게 한 방에 모여서 같이 논다. 닌텐도 위유를 줬더니 게임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가상현실에서 내청춘 역하렘을 완성)

 

 

 친구들끼리 노는 걸 보는 것도 재미지지만, 사랑 구경도 재밌다. 친구가 된 이성이 어느정도 호감도가 쌓이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하는데... 한국 친모아는 특이하게 소개팅(!)을 할 수 있다. 즉, Mil가 외롭다며 섬의 주인인 플레이어에게 자신과 어울리는 이성을 소개시켜달라고 한다...(....) 나는 이 방법으로 히비키와 코토네를 엮어줬다. (그 전에 둘은 타인이었다) 현재는 히비키가 "코토네에게 푹 빠진" 상태이고, 반면 코토네는 "살짝 불만족"인 상태. 연인이 되었다고 무작정 행복한 것만도 아닌가 보다. 묘하게 현실적이다. 그래도 커플인 얘네가 시로나한테 연속 2번 차인 N보단 낫다

 

 연인이 된 커플은 또 일정도 이상 호감도가 쌓이면 결혼하게 된다. 상성 테스트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행복하게 못 사는 줄 알았는데, 상성이 30% 이하였던 커플도 아이 낳고 알콩달콩 잘 사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다. 여하튼, 내가 만든 Mil들끼리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으면 감회가 남다르다. 마치 작은 세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 하지만 묘하게 지루한 건 왜일까

 

 

 

친모아는 재밌다. 흥미요소도 많다. 



이렇게 덕질용으로도 좋다

본격 포켓몬 포스터

 

 그런데 왜 지루한 걸까? 나는 꾸준히 친모아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끈기있게 오래하진 못하겠다. 

 

 그건 게임의 방식이 너무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친모아에 있는 게임 요소는 위에 언급한 것이 전부이다. Mil를 만들고, 돌보고, 연애하고 싸우고 결혼하는 걸 구경하고... 사실 동숲 시리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몰입도는 친모아가 더 떨어지는 거 같다(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패턴이 너무 예상되는 탓인 듯하다.

 

 게임을 1시간만 해보면 앞으로 10시간 동안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Mil들의 행동이나 말은 한정되어 있고,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다. Mil 생성->돌보기->인간관계 구축하기->연애->결혼. 이라는 사이클이 너무 당연해서, 그 이외의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 안에서의 다양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Mil는 절대 내 예상 이외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다. Mil가 깨어있으면 고민을 들어주거나, 놀아주거나 둘 중 하나이고. 가끔씩 일어나는 러브 이벤트도 몇 번씩 겪다보면 그다지 새롭지 못하다.

 

 친모아를 재밌게 하고 있는 편이기에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다. 친모아는 후속작이 더 기대되는 게임이다. 현 게임에서 부족한 점들, 지루한 부분들을 보완하면 더 흥미로운 게임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동숲보다 튀동숲이 더 즐길거리가 많아진 것처럼.

 

 

신오조 친목회 아파트 주민들 등산사진

이 아이들이랑 더 많은 걸 하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다.

업그레이 될 친모아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새벽(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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