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8일 발매되었던 포켓몬의 7번째 시리즈 썬문(SM).
발매된지 1년이 지났지만, 이번에 울트라 썬문(USUM)이 발매도 되었으니
복습 겸 다시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라고 쓰고 스컬단 위주의 리뷰입니다.
(((플레이 안 하신 분들은 스포일러 주의)))
((스토리 위주의 리뷰))
7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면 단연 "알로라"입니다.
알로라는 이 지방의 이름이기도 하고, 또 이 지방 특유의 인삿말이기도 하죠.
(우리 모두 알로라 사람들을 만나면 두 손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알로라~라고 외칩시다)
포켓몬 게임은 시리즈별로 실제 존재하는 도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맵을 짜는 걸로 유명한데, 알로라는 하와이가 모티브인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직 섬만으로 이루어진 맵. 숲과 바다가 풍부하며 사람들은 포켓몬과 상생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입니다.
알로라와 섬순례
또 알로만의 특징이라면 "짐리더"가 없다는 거겠죠.
그동안 짐리더에게 이겨 배지를 모으고 리그로 간다는 포켓몬의 공식을 과감히 놓아버리고, "섬순례"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여행을 하게됩니다.
근데 이..섬순례가... 짐리더랑 싸우는 거보다 힘듭니다....나만그런가..
주인포켓몬 레벨도 높고 이놈의 주인포켓몬이 자기 능력 상승시키고 다른 포켓몬도 2마리 더 불러서 싸우기 떄문에...(왜..1대 3이야..)
기존 짐리더들과의 배틀은 (스토리에선) 상성이 안좋아도 레벨 올려서 가면 어케어케 다 이길 수 있었는데 섬순례 주인포켓몬은 상성이나 기술 등 어느정도 고민을 하고 가지 않으면 엄청나게 고생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제일 애먹었던 건 라란티스인데...음... 아 캐스퐁이랑 라란티스 협공(?)이 좀 성가신 걸 넘어서 공략이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웹상에서도 썬문의 난이도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높다! 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구요. 뭔가 행복한 낙원같기는 한데...야생은 엄청나게 가혹하단 느낌이 팍팍 듭니다.
그래도 알로라라는 외국(?)으로 이사가서 섬순례를 하며 현지에 적응(?)하고 친구들도 생기는 주인공을 보면 꽤나 뿌듯하죠. 그런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롭고 아늑한 느낌이 알로라의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그런 알로라에 존재하는 악의 조직(?)이 있었는데....
'실패한 아이들'이 모인, 스컬단.
얼마나 평화롭나면, 알로라에는 포켓몬 마피아(라고 쓰고 로켓단)이라던지 세계멸망을 원하는 악당(이라 쓰고 플레어단)이라던지 하는 악당들이 없습니다!
포켓몬과 사람들이 얼마나 평화롭게 지내는지... 그런 끔직한 일(?)을 벌이는 악당은 없고, 있다면 동네 불량배(...)정도인데.
그게 바로 스컬단입니다.
사실 이 포스트를 쓰려고 생각한 내용들도 9할은 스컬단 때문입니다.
처음에 플레이할 떄는 눈치를 못 챘는데, 스컬단은 역대 악의 조직(사실 악의 조직 아니지만...)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더군요.
뭔가 의상은 힙해보이긴 하는데...
일단 첫번째로는,
스컬단은 역대 조직과 달리 "목적이 없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조직입니다.
뭐 현실의 말을 빌려오자면 비행청소년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태까지 악의 조직(아니..스컬단 악의조직 아니지만...비교할 조직이 얘네들 뿐이라..)을 살펴보자면....
로켓단. 아쿠아단&마그마단. 갤럭시단. 플라즈마단. 플레어단...
전부 "어른들의 이기적인 목적"으로 움직여지는 집단입니다.
로켓단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포켓몬을 이용하는 비정한 조직이고, 나머지 조직들도 전부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실현하기위해, 혹은 단순히 세계를 지배하거나 멸망시키기 위해 가차없이 포켓몬을 이용하죠.
정말 여태까지 악의 조직들과 너무 대조적이죠...
스컬단 아이들은 모인 목적이 없습니다. 꿈도 없습니다. 이루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왜냐면 이 아이들은...
늘 분노에 가득찬 스컬단의 두목, 구즈마
두번째, 이 아이들은 "실패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섬순례"는 알로라의 전통입니다. 아이들은 섬순례를 떠나 여행을 하고, 포켓몬들과 우정을 쌓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하지만 섬순례에 실패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중도에 지쳐 포기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스컬단의 행동이 우습게 표현되어서 첫플레이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플레이 해보니 알로라는 생각보다 비정한(?) 사회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스컬단 단원 중에 어른 NPC에게 이런 말을 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왜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우리보다 포켓몬이 더 소중해?" 라고.
또 주인공(플레이어)에게 이런 대사를 치는 단원이 있었습니다.
"뭐야, 지금 섬순례에 실패한 나를 비웃으려는 거야?" 라고.
그리고 스컬단 보스인 구즈마는 이런 대사를 합니다.
"박살내고 박살내도 절대 봐주지 않아 모두가 미워하는 구즈마가 여기있다."
모두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왜 이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왜 모두가 사랑하고 아끼는 알로라를 미워하고, 어른들을 미워하고, 섬순례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주인공을 미워할까요.
그건 이 아이들이 실패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스컬단 단원들은 섬순례에 실패한 아이들이고, 구즈마는 '그렇게 강한대도 캡틴이 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사랑해주지 않습니다.
스컬단이 된 아이들과 구즈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스컬단을 가엾게 여기는 건 간부인 플루메리정도인 거 같습니다. 그녀는 스컬단을 마구 해치우고(?) 다니는 플레이어에게 "왜 멍청한데(...) 가엾은 내 애들을 괴롭히냐"며 배틀을 걸어 오니까요.
스컬단들이 저지르는 일들은 전부 관심을 갖고자 벌이는 일들처럼 보이는데 (괜히 섬순례를 훼방 놓는다던지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던지) 정작 어른들은 전혀 그런 일들에 관심도 없죠. NPC들은 스컬단은 원래 그런 애들이니 내버려 두라던지 무시하라던지 하는 식의 말들을 내뱉습니다.
스컬단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딱 두 캐릭터인데, 바로 나누와 루자미네입니다.
루자미네는 그래도 구즈마의 능력을 인정해준 어른이고... (끝은 안좋아도..음)
나누는 말로는 집세가 싸서 그렇다면서 스컬단 아지트가 있는 포우마을 바로 옆에서 살며 스컬단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죠. 사천왕 제안을 거절한 것도 아이들 지켜보려고 그런 느낌이 드는데...
여튼 이 두 사람말고는 정말 놀랍게도 아무도 스컬단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물론 스컬단이 저지르는 일들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늘 플레이어(승리자)의 입장에서 포켓몬 세계를 즐겨왔으니까요.
90년대에 나온 구 1세대(RGBY)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늘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었고, 그것이 RPG 게임의 공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썬문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대자연 뒤에 가혹한 야생의 법칙이라는 이면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우리 현실의 일면이며, 사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패'라는 단어입니다.
적어도 포켓몬 세계에서 만큼은, 우리는 언제나 챔피언이 되었고 최종 승리자가 됩니다.
썬문은, 그런 포켓몬의 세계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준 첫번째 시리즈인 거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는 5세대(블랙&화이트)에서 지적했던 포켓몬의 해방만큼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5세대에서는 그래도 포켓몬 해방이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나름대로 답안도 제시하지만..뭐... 썬문은 스컬단에 대해 고민도 안하고 해답도 제시를 안해주니까요. 심지어 이 불편한 진실은 알로라라는 빛나고 아름다운 세상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상냥하고 빛나는 알로라에도 포우마을이라는 그림자 진 장소가 있습니다.
깜깜한 하늘에 축축한 비가 내리고, 폐허가 된 집과 포켓몬 센터에 마구 낙서가 된 벽들.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가구들과 지저분한 침대. 그 위에 무기력하게 널브러져 있는 스컬단 단원들.
스스로 아무 장점도, 실력도, 나아질 점도 없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모인 장소.
그리고 그들의 보스는 실력이 있는데도 꿈을 이루지 못한 가장 불운한 사람.
어쩌면 스컬단은 엔딩을 보지 못하고 중도포기한 세이브 데이터들이 모인 장소는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조금, 잔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현실과 비슷해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스컬단의 이야기가 썬문에서 너무 미완결된 느낌이라, (위에도 언급했듯이 전혀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주지를 않습니다. 얘네들 어떡할거야 ㅠㅠ )
울트라썬문에서 좀 풀어주기를 바랐는데.... 음 그렇기는 커녕.....은 다른 포스트에서 얘기하도록 하고....(....)
어쨌거나 썬문에서 좋았던 점은 스컬단이라는 이례적인 집단, 그리고 아쉬웠던 점은 그런 이레귤러를 만들어 두고 제대로 풀어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리뷰를 작성하려고 포스트를 썼는데 마땅한 결론이 없네요.
(어쩔수 없죠... 원작에서 결론을 안줬으니까..)
썬문에 등장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에 대해서도 썰을 좀 풀고 싶은데, 너무 길어서 포스트는 여기까지.
그건 다른 포스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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